아르만도 페레스(오른쪽) OECD 관광위원회 회장이 조덕현 밀라노엑스포 한국관장의 안내를 받으며 한국 - OECD 공동 포럼에 참가한 인사들과 함께 한국관 내부의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채식·발효의 건강·장수 가치… 미래대안 음식 가능성 제시

상업화된 프랜차이즈 지양… 슬로푸드 문화 정착시켜야

ICT+음식관광 콘텐츠개발… 지속적 차별화 마케팅 필요

‘지구 식량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를 주제로 이탈리아 밀라노시 외곽에서 지난 5월 개막한 2015 밀라노엑스포(5월 1일∼10월 31일)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며 ‘K-푸드’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개관 55일째를 맞은 지난 6월 24일 밀라노엑스포장 내 콘퍼런스홀에서는 한국-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동 주최로 ‘한식문화와 미식관광’을 주제로 한 포럼이 열려 현지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밀라노엑스포 ‘한국주간’ 행사 중에 개최된 이번 포럼에서는 한식의 맛과 문화적 가치가 집중 조명됐다.

이날 포럼에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개회사와 아르만도 페레스(Armando Peres) OECD 관광위원회 회장의 환영사에 이어 세르조 아르제니(Sergio Arzeni) OECD 중소기업지역개발센터 국장은 “문화와 음식은 분리할 수 없다”며 “한식을 알리는 데 필요한 것은 상업화된 대형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아니라 문화적 뿌리를 찾아서 슬로푸드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해 참가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첫 번째 세션의 좌장 박상미(문화인류학)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먼저 한국관의 전체 주제인 ‘한식, 미래를 향한 제안, 음식이 곧 생명이다(Hansik, Food for the future: You are What You Eat)’의 연원과 그것이 한국관에 어떻게 구현되는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을 열었다. 특히 한국의 음식문화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음식과 우리 몸, 건강과의 밀접한 관계, 그리고 우리가 먹는 음식과 정체성의 관계를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식량 공급, 건강, 환경 문제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한식문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어 첫 번째 발표자인 정혜경(식품영양학) 호서대 교수는 ‘한식,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음식과 식문화’를 주제로 한식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을 통해 그 안에 깃든 가치들이 어떻게 현재와 미래에 인류를 위한 지속 가능한 음식문화가 될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정 교수는 한식은 지속 가능한 미래 대안적 음식으로서 첫째, 음식은 모두 자연에서 비롯된다는 전통 식생활의 가치, 둘째, 채식 위주의 약식동원에서 출발하는 건강 측면의 가치, 전통 한식이 가지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서의 가치, 셋째, 전통 식생활에 녹아 있는 감사와 배려를 중시하는 인본주의적 가치, 넷째, 비빔밥과 같은 음식에서 나타나는 섞음을 중시하는 조화와 균형의 가치, 마지막으로 자연과 발효음식에서 오는 장수와 치유적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교수는 한식의 식단 구성의 우수성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한식이란 밥을 주식으로 하여 다양한 반찬을 곁들인 식사로 전통 음식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채식과 육식의 비율이 대략 8대 2여서 기본적으로 채식에 근거하고 있다”며 “특히 다양한 채소를 이용하고 세련된 육류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두부 등 콩 제품을 자주 접하며 김치와 장류 등 다양한 발효 음식도 함께 먹는 식사를 말한다”고 했다. 또 “이런 식사는 육식 위주 식사에서 부족하기 쉬운 식이섬유소, 불포화지방산, 식물영양소(phytonutrients) 등을 풍부하게 섭취토록 해 만성질환 예방에 유익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콘퍼런스의 두 번째 세션은 ‘관광, 그리고 음식체험: 문화의 융성과 번영’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사회를 맡은 김대관(컨벤션경영학) 경희대 교수는 차별화된 우리의 관광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음식, 특히 한식을 연계한 관광상품의 개발 및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대 관광객은 단순히 보고, 먹고, 일탈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 전통을 직접 경험하고자 한다”며 “이러한 변화를 고려할 때 음식을 활용한 관광이야말로 지역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체험하는 동시에 전통의 가치를 존중하고 해당 지역 및 국가의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역동적이며 창조적인 관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음식관광 발전을 위해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 세계 곳곳에 우리 음식의 우수성 및 음식관광의 콘텐츠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안으로 ‘디지텔링’, 즉 우리의 우수한 디지털 기술과 연계된 음식관광 콘텐츠 제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의 음식 관광 트렌드’를 주제로 연단에 오른 최지아 온고푸드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근 5년 새 셰프들 사이에서 한식이 다음 트렌드가 될 음식으로 소문이 나면서 김치나 비빔밥 불고기와 같은 한식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한국은 미식가들이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손꼽히게 됐다”며 “향후 음식관광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지역의 음식과 식재료 등 지역 관광자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존 멀카히(John Mulcahy) 아일랜드관광청 관광국장은 아일랜드의 ‘음식관광 확대 전략 및 방안’을 설명하며 “지속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도록 경험을 전달하는 방법과 체험에 대한 통일적이면서도 차별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등을 개발해 관광이미지를 형성하고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201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