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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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18일 기사입니다.
[발언대]강릉의 동양자수박물관은 존속해야 한다

강릉 전통자수품의 우수성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75년 7월25일. 춘천에서 강원도 내 처음으로 고미술동호인들의 모임인
예맥고미술회가 창립되고서부터였다. 지역 저명인사들이 총망라된 이 모임이 매월 정기적으로 월례회를 개최하고 연구발표, 토론회를 할
때였다. 강릉 출신이며 ‘강원문화논총' 저서를 펴낸 최승순 강원대 교수 회원이 집안 대대로 전래된 강릉 자수품(밥상보·수저집)
2점을 소개하며 자상한 설명까지 곁들였을 때 회원 모두가 흥미와 감동으로 도취됐었다. 이것이 강릉자수품의 우수성이 알려진
여명기(黎明期)였다고나 할까.
필자는 공직생활 중 비교적 잦은 영동지방 출장길에 고미술품 3기 운동(알기, 찾기,
가꾸기)에 열정을 쏟아오다가 집중적인 관심을 경주할 수 있었던 계기는 경찰서장으로 부임하고서였다고 하겠다. 몇 가지 사례를 들면
먼저 강릉 오죽헌 선교장에서 추석·설날이면 관내 기관장, 저명인사, 유지들을 초대, 축하연을 베풀곤 했는데 모두가 전통차례음식에
도취됐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필자는 선교장 안주인 성기희씨로부터 개별적으로 강릉자수품에 대한 본질과 우수성을 배울 수
있었다. 다음은 대관령박물관 창설자이며 초대 관장이었던 홍귀숙 관장으로부터 한국 자수품과 강릉전통 자수품의 탁월성 등을 배움과
동시에 서울 인사동 상가에서 어린이 손바닥만 한 강릉 자수품이 가격 20만~30만원, 소반보는 300만~400만원에 거래된다는
실무적 상식도 얻게 됐다.
동양자수박물관 개관식이 거행되던 날 식장 내에는 강릉시민들보다 외지 축하객들로 더
붐볐다. 춘천에서 승용차 4대, 원주에서 3대가 갔을 뿐 아니라 광주, 대전, 충주 등 각처에서도 참가해줬다. 고미술계의
유명인사로는 서울에서 진품명품 감정가인 양의숙 위원, 금속품 감정가인 백부영 위원도 참석해 참석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동양자수박물관의 존속은 개관 당시부터 강릉시민뿐 아니라 전 국민으로부터 큰 소리로 외쳐진 기틀이요, 바람이요, 영원 불변한
함성이었다. 서울 인사동 문화의 거리 중심가에서 한복의류 전문가이며 각급 학교에 출강하던 윤하순 교수는 전시품을 두루 관찰하다가
누비쌈지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하늘 솜씨군” 한다. “하늘 솜씨라뇨?”라고 물으니 “천혜적 기교란 뜻이에요” 한다.
중국의 어느 여성 관람객은 “아니 중국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을 한국에 와서 봤네!”라며 흡족해했고, 어느 일본 관객은 일본 자수품보다 더 세세하고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강릉 자수품은 강릉시민의 소유물이긴 하지만 한국인의 전통적 민속유물로서 한국인 모두의 소유물이요, 전세계인의 관심의 기호품이다.
이러한 문화유산을 관장해 오던 동양자수박물관의 임대기간 종료로 폐관 운운의 언론보도를 접했을 때 아연실색했다. 통탄함을 가눌
길이 없었다. 우리의 다음세대가 오늘의 이 현상을 파악, 인지하고 “당시의 선인들이 현철한 판단으로 적확한 결과를 계승케
했었구나”라고 찬탄케 해야 하겠다. 강릉시장님! 관계자 여러분께 당부드립니다. 동양자수박물관 존속토록 해주십시오. 의당당(宜當當)
존속해야 합니다.
* 유용태, 강원 고미술영합회,예맥 고미술회 회장 역임, 현재 몌맥 고미술회 고문, 강원일보사 발간 "강원의 미(1
1, 2, 3집)"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