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자수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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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보자기의 한 땀속에 담긴 미학(자수보자기 전시회 도록 발간사 )

작성일
23-11-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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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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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수보자기의 한 땀속에 담긴 미학

                                          

                                               (1) 시작하며

 

 자수보자기는 바늘 한 땀이 이루어 낸 인고의 미학이다. 인고의 시간들이 눈에 들어 온다. 자수는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을 요구한다. 마음이 흐트러지면 자수는 어려워 진다. 마음을 추스려 자수 한 땀 한 땀에 온 정성과 영혼을 불어 넣는 순간 보자기속의 미학은 꽃봉우리 처럼 신비스럽게 피어 난다.

                                           

                                               (2) 염원과 치유의 미학

 

 자수보자기는 염원의 미학이다. 자수문양이 그려지는 보자기의 바탕천으로 비단이나 모시, 무명과 같은 천연직물이 많이 사용된다. 천연직물이라는 생명의 땅 위에 화려한 오색실로 염원의 씨앗을 심는다. 한 땀 한 땀 놓은 보자기 문양속에는 가족에 대한 간절한 기도와 염원, 복락기원이 담겨 있다. 상상속의 온갖 동식물과 꽃, 나비가 환생하여 생명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춤을 춘다. 아름다운 동화나라가 보자기라는 캠퍼스 위에 꿈길처럼 펼쳐 진다.

 자수보자기는 치유의 미학이다. 자수를 놓은 순간 마음은 정화되고 정제된다. 온갖 미움과 슬픔은 사라지고 푸른 하늘처럼 마음이 맑아 진다. 용서와 화해의 감정이 샘물처럼 솟아 난다. 아름답고 소중한 어머니의 마음결이 자수보자기 속에 담겨 있다. 자수보자기를 보는 순간 정신적인 위로와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 간다. 화목한 가정의 행복감이 저절로 느껴 진다. 믿음 소망 사랑과 같은 종교적인 희열을 만나게 된다.

                                        

                                                  (3) 디자인의 보고

 

 자수보자기는 단순한 침선기술의 결과물이 아니다. 자수보자기 문양속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세계가 존재한다.. 일종의 개념미술이자 종합예술이다.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멋이 다양하게 표출된 시각예술이자 장식미술이다.

 자수보자기 제작에는 숙련된 침선기법 이외에 염색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염색한 명주실과 직물을 통하여 비로서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얻게 된다. 자수보자기의 자연염색은 인공이 아닌 천연재료에서 나온다. 자연에서 채취한 식물이 주된 원료가 된다. 자수보자기가 자연미와 같은 소박하고 순수한 매력을 발산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자수보자기의 문양에 담긴 독특한 디자인은 사실주의를 뛰어 넘어 개념미술을 지양한다. 한 폭의 미니멀아트를 보는 것 같다. 화폭의 제약으로 압축미와 단순미를 추구한다. 비구상과 추상미술이 탄생하는 창조적 원천이 된다. 현대적인 디자인으로서 무한한 확장 가능성이 엿보인다.

 문양속에 표현된 다양한 동.식물.곤충 문양은 상징의 언어이자 기호이다. 자수보자기는 상징주의 표현예술이며, 미적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이자 미래미술을 밝히는 등불이다. 화려한 색채의 향연과 독창적인 디자인이 공존한다. 자수보자기는 과거의 예술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전통과 현대, 미래의 미가 함께 호흡하는 창조의 용광로이자 희망인 것이다.

                                            

                                                (4) 인문학적 스토리의 산실

 

 자수보자기는 규방여인들의 일상적인 삶과 동행한다. 보자기를 제작하는 규방은 힘든 가사노동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예술적인 활동공간이다. 자수보자기의 제작은 가사노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겨울에 주로 이루어 진다.

 겨울은 규방여인에게 휴식과 창조의 기쁨을 안겨 주는 소중한 계절이다. 조용한 겨울 밤 호롱불 밑에서 보자기를 제작하는 동안 꿈과 희망을 상상한다. 내적인 시심과 희열을 자수 한 땀 한 땀으로 화려하게 표현한다.

 겨울의 긴긴 밤에는 다양한 침선 활동을 왕성하게 수행한다. 지루함을 피하고자 동네 규방여인들의 집에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 함께 하는 자수속에서 창작의 기쁨을 공유한다. 야식을 함께 하며 저마다 솜씨를 자랑한다. 공동작업장은 미에 대한 토론의 장이며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온상이 된다. 독창적인 보자기 예술이 탄생하는 위대한 순간이다. 보자기속에 개성적인 스토리가 살아 숨쉰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 달밤은 자수보자기 제작에 안성맞춤이다. 눈과 달빛의 정취가 어울어 져 규방여인들에게 미적 감흥과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꿈 많은 처녀시절을 회고하며 오늘의 고된 현실을 감내한다. 꿈꾸는 자수속에서 내일을 향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자수보자기와 눈오는 겨울 달밤은 예술의 동반자요 미적 영감의 온천이다. 자수보자기 작품의 분위기는 달빛에 비친 하얀 눈송이처럼 은근한 매력을 발산핟다. 사랑,희망.환희가 속삭이는 듯 하다.

                                               

                                                    (5) 맺으며

 

 자수보자기는 침선기술과 기능적인 역활을 뛰어 넘는다. 규방여인들이 살아 온 인고의 세월과 애환이 녹아 있으며 간절한 가도와 염원과 같은 인문학적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내적인 시심과 환희가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묘사 되어 정신적인 위로와 창의적인 디자인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보자기에 가족에 대한 간절한 사랑과 염원을 담고 보자기로 복락기원을 묶어 싸며 보자기를 온갖 미움과 아픔, 슬픔이 존재하는 인간의 대지위에 하얀 눈 처럼 살며시 덮는다.

  자수보자기 전시회 준비를 위하여 긴 시간 동안 불철주야 수고하신 유희순 자수명장님과 전승자인 제자분들에게 박물관가족을 대표하여 깊히 감사드립니다.

 

                                                                              


                                                                                 2023. 가을이 익어가는 계절에,

 

                                                                                                                    강릉자수박물관 관장 안영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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