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의 초충도 자수
- 작성일
- 12-02-15 13:12
- 작성자
- 안영갑
- 조회
- 6,940
유교가 성행했던 조선시대에 기녀를 제외한
신사임당과 같은 많은 규방여성들은 공개적인
예술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
시대의 한계를 뛰어 넘어 시.서.화는 물론이고
자수공예에서 신사임당은 찬란한 규방예술의
꽃을 피웠다.
율곡이나 정철, 송시열과 같은 조선의 유명한
사대부들은 자신의 언행록에서 아낌없는
칭송을 하였다.
신사임당의 집안에 전해오는 유품만을 보아도
예술적 솜씨와 기량이 매우 출중함을 짐작할
수가 있다. 다행이도 지금 그 유물들이
강릉 오죽헌.시립 박물관에 잘 보존되고 있다.
신사임당이 남긴 "사친"(일명: 어머니 그리워)시에서도
침선이나 자수에 대한 간절한 소망과 애정이 잘 표현
되어 있다. 그 만큼 자수와 같은 침선활동에 조예가
매우 깊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신사임당이 남기 유물은 초서 글씨 이외에 초충도
그림이 유명하다. 야생화와 그 밑에 서식하는 작은
미물인 풀벌레들, 수박과 오이등이 등장한다. 더운
여름날 미물들의 왕성한 생명활동이 생생하게 잘
묘사되어 있다.
초충도 자수는 초충도의 밑그림을 바탕으로 신사임당
이 자수를 놓으신 걸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그
작품이 동아대학교 박물관에 국가 보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작품의 영인본을 통해 진본의 아름다운
모습에 유일하게 접근할 수가 있다. 영인본이 우리
박물관에 귀하게 모셔져 있다.
60-70년대 초 강릉지방에서는 초충도 밑그림을 바탕으로
자수 전문공방에서 혼수용으로 초충도 수병풍이 인기가
있었다. 혼기가 다된 딸을 두고 있는 부모들 사이에
병풍계가 유행하였다고 한다. 또한 강릉은 초충도 자수의
전국적인 전파지가 되었다.
검은 공단에 놓은 보물로 지정된 초충도 자수는 초충도
민화에 비해 대범한 필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세세한 묘사는 생략하면서 야생화, 풀벌레, 나비, 수박,
오이등이 마치 살아 숨쉬는 것처럼 꿈틀거린다. 역동적인
자연의 힘을 느끼게 한다.
신사임당은 프랑스의 작가 플로베르 처럼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자연을 묘사한
자연주의 화가이자 공예작가인 셈이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화려한 민화그림이나
궁중화보다 평범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와 풀벌레와 같은 자연의 미물들을
사랑하였다. 오늘날 환경의 위기시대를 예감한
위대한 예언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