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자수박물관

관람후기

강릉자수는 어디로?

작성일
21-11-29 08:29
작성자
관리자
조회
1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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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자수는 어디로? 
 
오죽헌 옆 동양자수박물관이  문을 닫은지 5개월이 지났다. 
 
공예작가들이 입주해 있던 창작예술인촌을 리모델링한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가 개관 준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2층에 있던 동양자수박물관이다.
최근 강릉시로 부터 2021년 11월30일까지 '사용수익허가 종료에 따른 원상복구명령 퇴촌'최종 통보를  받았다. 
 
통보한 날짜까지 퇴촌하지  않으면 공유재산 물품 관리법에  따라 퇴촌에 필요한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강릉자수 서포터즈로서 문을 닫은 동양자수박물관을 다시 찾았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 
 
2011년 1월 개관해 지난 10년  관람객을 기다리며 박물관  홍보와 강릉자수를 알리는 사업에 전념했다. 10년이 지나 이제 겨우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문을 닫게 되다니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조각보자기와 자수보자기의  아름다운  매력에 반해 유물을 수집한 안영갑 관장의 꿈과 강릉규방공예의 보고가  허물어진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강릉색실누비쌈지를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 더 안타까웠다. 
 
강릉색실누비쌈지는 성냥이 나오기 전 아내가 남편에게 선물한 최고의 예술품이었다. 
 
솜대신 한지를 꼬아 끈을 만들어 천과 천 사이를  한 땀 한 땀  누벼 넣은 정성은 바닷가에 나간 어부나 일을 나간 남편이  잎담배를  피울 때 눅눅하지 않도록 부싯돌을 사용할 때 요긴했다. 
 
300년 역사를 가진 강릉선교장에도 가승  유물인  색실누비쌈지  5점과  수보 4점이  남아 있어  색실누비쌈지 가  강릉의 지역성과 밀접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강릉 색실누비 쌈지의  섬세한 바느질과 오방색의  독특한 문양은 현대인의 감성에도 잘 맞는다. 2018동계올림픽 때  색실누비 문양을 활용한 올림픽 예술 포스터가 국제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규방공예품은  유물만 남아 있고  기록이 없는 것이 많다. 
 
시시하다고 평범하다고 외면받고 낡으면 안 쓰고 버렸던   것들에 관심을 갖고 모아둔 안영갑 관장같은 수집가가 있었기에 우리는 근현대자수의  아름다움과 한 땀  한 땀 수를 놓으며 마음을 다독이며 자손들의 복을 빌었던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강릉자수보자기는 타 지역이 비단과 같은 천에 수를 놓은  것과 달리 바탕이  무명 천이라는 특징이 있다. 
 
기하학적인 문양과 색감이 특징이다. 수를 놓을 때  이미지로 실루엣을 살리고  내부는 무지개색  색동으로 수를 놓은 것이  독특하다. 사실적으로 수를 놓는 궁중자수와는 다르다. 
 
어머니의 마음과 같은 소중한  전통자수품이 모인 강릉 동양자수박물관은 강릉시의 요구로 문을 닫았다. 
 
강릉시가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면 어떻게든 찾았을 것이다.동양자수박물관의 소장품은  개인의 것이지만  유물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미학적 가치는  모두가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강릉시는 동계올림픽 때 강릉을 찾은 많은 외국인VIP와 관계자에게 강릉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해 동양자수박물관을 활용했다. 
 
2022년 7월 4일에는 세계합창대회가  강릉에서 열린다. 그리고 강릉시는  교통 올림픽으로  불리는 ITS(지능형 교통체계) 세계총회 유치에 나섰다. 
 
나는 그런 대회나 총회가 유치되어 강릉을 찾는 분들이  많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데 그들이 왔을 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올 가을, 철  지난  경포해변에 야자수를 심어 생뚱 맞다는 논란이 있었다.  인위적인 조형물보다 수준 높은  강릉의  전통 문화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 
 
타 지역 자치단체에서는 이런 박물관을 유치하지 못 해 야단인데 강릉시에서는 있는 것도 없애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내가 만난 안영갑 관장은  학자로서 우리 문화에 대한 철학과 지식을 갖춘 분이었다. 
 
1971년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지만 공부에 대한 미련을 놓을 수 없었다. 1979년 국비장학생으로 프랑스로 떠나  5년  간의 박사과정을 마치고 모교인 연세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문화선진국 프랑스에서 문화강국의 힘을 배웠고
막내였던 그가 대학 졸업 무렵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자수를 수집하며 채웠다. 
 
강릉동양자수박물관이 있던
자리를 찾아 그 쓸쓸함에 애통하고,  강릉자수를  보고  싶은  사람들을   어디로 데려가야 하나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최현숙, 수필가 & 연필화작가, 2021. 11. 29,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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