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자수박물관

관람후기

실크로드와 같은 나의 자수수집의 긴 여정 (35년의 자수수집인생길을 돌아보며..)

작성일
25-12-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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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끝자락에 안영갑관장님께서
35년간 변함없이 걸어오신 자수수집의 여정을  
되돌아보시며 쓰신 글입니다.

교육사인 저도 읽으면서 공감되어 함께 설레고 함께 아프고 함께 웃었습니다.
많은 분들과 이 글을 공유하고 나누고 싶어 올립니다.

하루하루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벌써 한 해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습니다.
여기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에도 
한 해를 잘 마무리하시고 정리하시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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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와 같은 나의 자수수집의 긴 여정

 

(1) 시작하며

 

 

 올해로 나의 자수 수집은 35년의 세월이 되어간다. 아주 긴 수집여행인 셈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것도 3번이나 강산이 변한 세월을 멈추지 않고 지속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운 집착이자 집념이다. 주변에서 자수수집의 동기를 물어 오면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유년시절의 옛추억, 프랑스 유학생활의 결과’라고 간단하게 답하곤 하였다.

 

 자수의 주인공은 우리 어머니와 같은 평범한 규방여인들이다. 자수속에는 어머니의 아름답고 소중한 마음결이 담겨 있다. 자수를 보는 순간, 마치 돌아 가신 나의 어머니를 만나는 감동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자수속에 표현된 각종 문양들은 우리 어머니와 같은 규방여인들의 내적인 시심과 환희, 가족에 대한 간절한 사랑과 소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유럽 전통문화의 중심지인 프랑스에서 5년간의 유학생활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소중함과 가치를 새삼 깨달았다. 이국적인 외국생활에서 늦게 철이 든 것이다. 이문화체험에서 우리 전통문화의 위대함을 재발견하였다. ‘문화가 일상이고 산업이 되는’ 프랑스라는 문화 선진국을 통하여 그동안 잊고 살았던 우리 문화의 미래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청소년기에 겪은 고향마을의 세시풍속과 관혼상제, 전통음식 만들기, 민속적인 풍물놀이와 전래동화 듣기 등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사랑하게 된 중요한 밑거름이 된 것 같다. 60-70년대에 새마을운동이나 근대화 과정 속에서 우리의 전래 풍속이나 전통마을의 옛스러운 주거모습들이 많이 사라졌으나 나의 고향마을은 여전히 옛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었다. 아마도 나의 청소년기에 옛것에 대해 몸소 겪은 생생한 추억과 기억들이 우리 전통문화와 그 중심에 있는 고미술을 사랑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

 

 

(2) 자수수집의 첫발: 근대자수 수집기(1990-1995)

 

 

 프랑스에서 경영학분야로 박사학위(1979.09-1984.02)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하여 모교인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하였다. 1990년경부터 시작한 고미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일정한 탐구 기간을 거쳐 나의 수집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거의 주말이나 방학이 되면 배낭을 메고 고미술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회, 박물관, 미술관을 두루 섭렵하면서 수집의 안목과 지식을 착실히 키워 갔다. 고미술세계에 대한 내공이 어느 정도 축적되면서 수집에 대한 강렬한 욕망이 나의 내면속 깊은 곳에 서서히 잉태되고 있었다. 마침내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소유욕이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어느 봄날 서울의 인사동 고미술가게들을 방문하던 중에 어느 가게에서 우연히 벽에 걸린 때묻은 액자수 한점을 발견하여 처음으로 구입하였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모란꽃 자수였다. 제작 시기는 일제 강점기로 추정되고, 비단천에 예쁘게 수놓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이름다운 작품이었다. 자수문양의 색감이나 회화적 구성이 일품이어서 첫눈에 매료되었다. 보는 순간 돌아 가신 나의 어머니를 만나는 감격적인 느낌을 받았다. 자수속에는 어머니의 아름답고 소중한 마음결이 살아 숨쉬고 있었던 것이다.

 

  회화적인 액자수는 대부분 조선시대 유물이 아니고 일제강점기나 해방직후에 여학교 자수교육용으로 유행한 근대자수이다. 대부분 혼기에 접어든 규수가 혼수용으로 많이 제작하였으며 작품속에는 화려한 신혼의 꿈이 잘 담겨 있다. 수집 당시에는 구입가격이 비교적 저렴하였고, 입수도 용이하였다. 기존 자수수집가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어서 거의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이었다. 그러나 자수수집 초보생인 나에게는 마치 한폭의 훌륭한 서양화를 보는 것 처럼 회화적인 아름다움이 충만하여 수집의 기쁨을 배가시켜 주었다. 고미술로서 투자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구입하였다. 우리 어머니와 같은 규방여인들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염원"이 미화된 회화자수작품을 보면서 내적인 희열을 느끼고 정신적인 힐링을 많이 받은 것이다.

 

 고미술전문가게들이 운집한 고미술거래의 성지라고 볼 수 있는 서울 인사동 거리와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물론이고 전주, 광주, 대구, 부산 등과 같은 대도시 골동거리를 미친 듯이 순례하면서 회화자수 수집에 몰입하였다. 특히 나의 고향과 가까운 전주에서 비교적 많은 양의 회화자수를 집중적으로 수집하였다. 입수하기도 용이하였고, 정겨운 고향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골동가게 상인들과 고미술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수집이야기를 교환하면서 친교를 지속하는 것이 그저 즐겁기만 하였다. 특히 전주의 남문재래시장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골동가게들과 거래를 하는 겅우 전주의 전통적인 먹거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일조이석의 즐거움을 향유하였다. 거래가 성사되면 남문시장안에 있는 단골 전주콩나물국밥집으로 달려 가서 골동상인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미식의 도시인 전주의 맛과 멋을 즐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3) 자수수집의 심화기(1996-2005)

 

 회화자수 수집양이 늘어나면서 수집의 깊이와 더불어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전문수집가의 길에 접어 들었다. 한국자수의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자수만의 독창적인 미를 탐구하고 싶었다. 자수를 통해 한국미의 본질을 알고 싶은 내적인 욕망이 크게 분출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에 주로 제작되었고 한눈에 보기에도 전통의 멋과 아름다움이 살아 숨쉬는 생활소품자수와 수보자기, 그리고 흉배와 같은 사대부를 위한 장인자수로 수집의 눈을 넓혀 가기 시작하였다. 특히 수저집, 베게, 보자기, 버선본집, 침선용 소품(바늘꽃이, 바늘집, 바늘방석)등의 전형적인 민수가 화려한 모습으로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사실주의적인 회화자수에 비하여 생활소품이나 보자기자수는 비교적 소품이라는 공간의 제약으로 자수문양 놓기에 단순함과 생략을 추구하였다. 그래서 문양속에는 디자인 요소가 풍부하고  비구상적인 묘사가 많다. 특히 강릉수보자기의 추상적인 문양에 표현된 조형적인 아름다움은 단연 군계일학이다. 폴클레, 피카소, 몬드리안 등의 예술작품들을 뛰어 넘는다. 우리의 전통적인 민수는 평범한 규방여인들의 내적인 미의식을 가장 자유롭고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조용히 보노라면 마치 20세기 추상표현주의 미술을 보는 것 같은 경이로운 감동을 받게 된다.

 

 특히 자수와 자매간이라고 볼 수 있는 색실누비쌈지의 집중적인 수집과 더불어 그동안 무명의 민예품으로 전국에 떠돌았던 색실누비쌈지의 호적을 찾아 준 일이다. 지금도 수집가로서 큰 보람과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색실누비가 태어난 고향이 강릉수보자기와 더불어 규방예술의 본고장인 강릉지역이라는 사실을 고증하여 삼성문화재단에서 발간하는 ‘문화와 나’(2009. 가을호)에 국내 처음으로 발표하였다. 문양디자인이 너무 현대적이고 독창적이어서 패션디자인 상품으로서 무한한 미래 발전가능성을 발견하였던 것이다.

 

 대표적인 수집품들인 생활자수소품, 수보자기. 색실누비 등은 수집초기에는 가격이나 구입조건에서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점 무리가 오기 시작하였다. 시대별로 지역별로 다양한 자수유물들을 수집하기 위한 욕심이 크게 발동하였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수집여행을 강행하면서 많은 시간과 경제적인 부담이 수반되었다. 병적인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수집열이 심화되었고 주변 가족의 걱정도 눈에 띄게 감지되었다. 불가피하게 가족에게 많은 경제적인 부담을 안겨 주었다. 가족과의 소중한 대화의 시간도 매우 부족하였다. 고미술을 사랑하고 보존하는 수집가로서 애국자인지는 몰라도 가족에게는 극도의 이기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돌이켜 보면 경제는 물론이고 가족과 함께 해야 할 소중한 시간의 가치를 보상하고 싶은 마음이 그저 간절할 뿐이다.

 

(4) 자수수집의 국제화(2005-2010)

 

 조선시대에 제작된 다양한 용도에 사용된 전통자수와 더불어 근현대자수의 수집이 질적으로나 규모면에서 볼 때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 시기에 자수수집의 범위를 국제적으로 넓히기 위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다양한 모색을 하였다. 한국자수의 본질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집에 대한 비교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인터넷의 발달로 국제적인 전자상 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이베이’라는 고미술경매업체가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고 같이 마침내 나에게 큰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한국자수의 중요한 이웃이자 한국과 더불어 세계 실크자수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는 중국과 일본의 전통자수를 손쉽게 접하고 수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동안의 수집과정을 통하여 축적된 안목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베이’라는 경매사이트에 올라온 많은 양의 중국과 일본의 전통자수를 시대별로 장르별로 구분하여 구입할 수 있었다. 판매자들의 국적과 배경을 보면 미국, 영국, 기타 유럽 국가, 일본 등이 주류이고 19세기부터 20세기 초기에 걸친 1세대 수집가들의 직계 후손들이다. 돌아가신 부모님들이 남긴 수집유물들의 소장가치를 잘 모르는 후손들이 경매에 올리는 경향이 있었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량의 유물을 구입하여 수집의 범위를 동아시아(중국, 일본)로 확대하였다.

 

 주된 수집내용을 살펴보면 중국자수의 경우 흉배, 주머니, 회화자수 등이며 제작 시기는 대부분 청대 유물이다. 구입한 중국흉배를 중심으로 조선흉배와 조형, 침선기법, 색상 등의 면에서 한·중간에 학술적인 비교도 가능하였다. 조선의 흉배는 세종조 때 중국 명나라의 흉배제도를 도입하여 제작과 보급이 시작되었다. 수준 높은 장인이 제작한 유물을 입수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이베이’라는 국제경매가 시작된 지 초기 단계였기 때문이다. 일본자수의 경우 후쿠사(덮개용 보자기), 불교자수, 회화자수 등을 중심으로 에도, 메이지시대에 걸쳐 제작된 뮤지엄급 유물들이다. 중국자수와 같이 일본자수의 경매에도 전문수집가들의 관심이 성숙되지 않았다. 한국수집가로서 국내 최초(?)로 한,중.일 자수문화의 조형적인 특징을 국제적으로 비교 연구하고 분석할 수 있는 학술적인 기회를 얻었다.

 

(5) 자수박물관의 설립에 도전하다(2009-2011.01.11)

 

 대학교수의 정년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산더미처럼 쌓인 자수유물의 미래 거취를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정년 후 마지막 여생을 사회를 위하여 아름답게 보내고 싶은 이기적인 욕망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적당한 구매 적임자가 나오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각을 하여 그동안에 경제적으로 희생한 가족들을 위하여 보상하고 싶은 기회주의적인 마음도 생겼다. 자수박물관 설립계획서와 자수유물목록을 만들어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유물매각이나 박물관 설립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년(2013. 08)이 다가오면서 유물매각은 단기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분석해 볼 때 매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제적으로 무모한 도전이지만 박물관설립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세계적인 실크자수의 중심지인 한.중.일 동아시아 차원에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우수한 수집유물을 배경으로 유니크하고 이름다운 자수박물관을 설립하면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설립결심을 한 후에 자수박물관의 구체적인 설계도를 구상할 목적으로 일본 도쿄에 있는 ‘야나기 므네요시’ 민예관과 오사카에 있는 동양도자미술관을 가족과 함께 견학(2009. 08)하였다.

 

 자수수집가로 활동하면서 ‘민예론’의 주창자이자 국제적인 고미술수집가로 유명한 ‘야나기 므네요시’는 나의 롤모델이었다. 그가 저술한 ‘수집이야기’는 전문적인 수집가의 길을 가는데 나침판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생가를 개조한 일본민예관을 직접 방문하여 설립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였다. 동양도자미술관은 한국교포 사업가인 이병창선생의 콜렉션(한국)과 아타카 & 미키오 콜렉션(중국, 일본)의 기증에 의하여 설립되었다. 동아시아 도자예술의 세계를 비교문화적인 관점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는 독보적인 도자기전문미술관이다. 관계자 인터뷰와 현장 방문을 통해 한.중.일 자수수집을 기반으로 설립예정인 동양자수박물관의 개념을 구체화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박물관설립을 위한 예상 후보지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예향이자 전통문화도시이며, 산과 바다, 호수가 함께 잘 어울어진 아름다운 관광도시 강릉이 자수박물관설립의 최적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강릉이 아내의 고향이라는 점도 충분히 고려되었다. 사임당과 난설헌이 태어난 고향이자 규방예술의 전설이 살아 숨쉬는 강릉에서 우여곡절 끝에 자수박물관을 설립(2011.01.11.)하였다. 강릉시가 직접 운영하며 신사임당의 예술혼이 살아 숨쉬는 오죽헌 옆 강릉예술창작촌(구 경포초등학교) 2층에 임대형식으로 입주하였다. 경제적으로 무리한 결정이었지만 수도권에서 볼 때 접근성이 좋고 강릉이 지닌 풍부한 역사성과 자수박물관이라는 스토리브랜드로서의 매력을 잘만 결합하면 관람객 유치에 시너지효과가 클 것이라는 판단이 설립결심의 주된 배경이 되었다.

 

(6) 시련과 보람이 교차하다(2011-현재)

 

 박물관설립은 어느 자수수집가의 무모한 열정으로 시작되었다. 경제적인 고려를 뒤로 한 채 장미빛 무지개와 같은 환상속에서 태어 났다.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무한한 흠모와 애정이 원동력이 되었다. 투자에 대한 냉정한 사업성 검토나 리스크를 분석하지 못하였고, 막연하고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하였다. 바로 이점들이 박물관의 초기운영에 큰 장애가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업초기에는 운영자금부족으로 인해 전문인력확보나 홍보와 영업활동 등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지역사회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인맥 부재도 지역사회와 다양한 협업 활동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준비가 매우 안 된 창업이라고 생각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박물관경영의 정상화를 위하여 각고의 자구노력을 경주하였다. 사업환경의 기회와 위기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 서서히 생기면서 박물관경영의 정상화에 대한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지역사회 언론과의 홍보활동강화와 서포터스 모임 활성화를 통하여 지역사회관계를 대폭 개선하였고 효과적인 SNS 구축을 통하여 전국적인 고객의 인지도도 꾸준히 높혀 나갔다. 자수 속에 담긴 다양한 콘텐츠(문양, 색채, 스토리 등)를 활용하여 체험교육상품과 기념품도 적극적으로 개발하였다.

 

 거의 매년 ’길위의 인문학”과 같은 국가공모사업선정을 통하여 지역사회의 유치원, 초,중,고생 등을 대상으로 독창적인 강릉자수문양을 활용한 체험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전통문화의 소중함과 가치를 꾸준히 심어 주었다. 장애인, 노약자 등을 상대로는 미술치료와 같은 독특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사회적 봉사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자수와 관련하여 비중있는 특별초대전도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였고 소장유물을 바탕으로 전문도록(색실누비, 수보자기, 버선본집, 침선소품, 송학자수, 자수도안집 등)도 꾸준히 발간하였다. 이러한 혁신적인 노력의 결과로 운영수익이 개선되면서 박물관의 경영도 호전되기 시작하였다. 박물관설립 10년 만에 무모한 열정과 낙관적인 전망으로 야기된 시련을 극복하고 박물관이 드디어 정상화되는 소중한 보람을 맛보았다.

 

 박물관을 오픈한 이래 가장 보람찬 성과물 중의 대표적인 하나는 자수박물관이 자랑하는 중요 컬렉션 중의 하나인 강릉색실누비유물에 관한 학술도록발간(원광디지털대학교 지수현교수 저술)과 성공적인 활용이다. 지역성을 모른 채 무명의 민예품으로 전국에 떠돌던 색실누비의 뿌리가 강릉지역이라는 것을 고증하였다. 강릉색실누비를 주제로 연세대학교 시각디자인학부 소속 황수홍교수와 협업을 통하여 제작된 예술포스터(겨울스티치: 사랑과 기원)가 2018 평창올림픽 국제예술포스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주개최지인 강릉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세계적인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지역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활용한 성공적인 사례가 되었으며, 올림픽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느에 올림픽문화유산으로 현재 영구히 보존되고 있다.

 

 둘째로는 자수박물관의 개관 이래 많은 관람객들로부터 각별한 호응과 우수한 평가를 받은 김태자 자수명장과 유희순 자수명장의 초대전시회다. 한국수보자기의 조형적인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보여 주기 위하여 애제자들과 함께 장시간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명장들의 장인정신과 빼어난 예술성이 돋보인 전시회로서 특히 한국민보의 대표주자인 강릉수보의 다양한 원형유물을 바탕으로 재현이나 재창조한 작품들은 많은 관람객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셋째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오랜 준비 끝에 2024년 5월에 덕수궁 분관에서 개최한 ”한국 근현대자수전시회“로서 우리 자수박물관이 영광스럽게 초대되어 소장유물 대여형식으로 참여하였다. 2024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개최된 박물관/미술관 특별전시 중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았고, 최우수전시회로 국내 유명문화예술인들의 투표에 의해 선정되었다. 강릉자수박물관이 개최한 유희순명장의 ‘수보자기전시회’도 2024년 한해를 통하여 주목할만한 ‘기타 전시회’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넷째로 강릉원주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와 상호 교류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2020.4)하여 지금까지 매년 교육, 연구, 전시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독창적인 강릉자수(수보자기, 색실누비)문양을 응용한 전임교수님들의 학술논문발표는 물론이고 작품전시회도 매년 자수박물관에서 개최되고 있다. 특별히 2025년 2월에 전임교수님둘이 초대전형식으로 참여하여 진행된 디자인 가치가 풍부한 강릉수보문양을 활용한 "4인 4색 스커프전시회"는 산학협동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성과이자 보람은 박세혜 X 시민작가 협업작품기증식(2024.10.)이다. 강릉자수에 표현된 자수문양을 섬유가 아닌 우드타일 벽화로 해석한 작품이다. 10세부터 80세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의 강릉시민작가 50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벽화작업을 진행하였다. 벽화작품을 기획한 박세혜작가는 강릉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진작가로서 강릉자수박물관에서 처음 만난 강릉자수를 모티브로 삼아 ”Old But New“(옛것속의 새로움)라는 주제로 작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집단창작이라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구현하였다.

 

(7) 마치며

 

 어머니의 아름답고 소중한 마음결이 담긴 자수와 운명처럼 만나서 함께 살아 온지 금년으로 벌써 35년이 되어 간다. 실크로드와 같은 힘들고 험한 긴 여정을 함께 걸어 온 것이다. 그사이에 많은 시련도 보람도 있었다. 자수수집가, 박물관경영자, 문화콘텐츠 전문가라는 다양한 수식어를 명찰처럼 달고 문화강국의 꿈을 꾸어 왔다. 자수에 담긴 자수만의 유니크한 문양, 빛깔, 스토리들을 다양한 콘텐츠 언어로 풀어내어 체험교육, 디자인 상품,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다.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한 길이지만 도전과 용기로 시작한 자수박물관과 같은 작은 물길이 하나 둘 모여 큰 강물이 되면 언젠가 그 꿈이 반드시 이루어 지리라고 생각한다.

 

 외형적으로 경제성장을 크게 이루었지만 품격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는 아직도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여전히 인색한 기부 문화속에서 박물관 경영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열악한 문화정책 환경속에서 ‘사립박물관’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전승과 보존’이라는 책무를 다하면서 ‘과거 속의 새로움’이라는 미래지향적인 창조적 가치를 실천하는 ‘작으나 아름다운’ 문화예술기관으로서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함께 동행하는" 우리 사회의 각별한 인식과 따듯한 배려가 시급한 것 같다.

 

 문화독립운동을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박물관경영을 통해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전통문화의 소중함과 우수성에 대한 자긍심을 꾸준히 심어 주었다. 우리 젊은 세대들이 ‘국뽕’이 아닌 겸손한 자세로 세계 속의 한류를 이끌기 위한 역량을 착실히 키우면서 세계와 함께 호흡하고 교감할 수 있는 국제적인 문화일꾼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였다.

 

 박물관을 방문하는 많은 관람객들에게는 우리 규방예술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한 전도사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다양한 계층의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어머니의 약손과 같은 자수 속에 내재된 힐링요소를 활용하여 ‘사회적 치료’라는 우리사회의 시급한 과제에 도전하였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공예작가들, 디자인 관련 지역대학 교수들과는 활발한 협업을 통해 지역의 자생적인 문화예술생태계의 구축을 위해 노력하였다.

 

 앞으로 한국자수문화의 창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전승과 보존’에 대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정부의 정책도 여전히 중요하다. 여기에 더하여 자수관련 전승작가, 창작자, 박물관, 전문교육 및 연구기관(한복, 섬유, 패션, 디자인, 조형예술 등)들이 합심하여 공동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는 제도화된 공론의 장(가칭: 한국자수학회)을 제안해 보고 싶다. 한국자수가 우리 미술사에 기여한 미학적 가치와 인문학적인 의미를 보다 "통섭적이고 융합적인 방법"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확장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수박물관과 같은 사립박물관의 1세대 설립자가 떠난 뒤의 자리를 이을 다음 세대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어머니의 아름답고 소중한 마음결이 담긴 자수박물관이 꿈꾸는 밝은 미래가 실현 가능할 것인지 여전히 걱정이 앞을 가리고 있다. 나의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그저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한국자수의 밝은 미래를 꿈꾸면서,

2025. 12.31. 세미에

강릉자수박물관장 안영갑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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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실크로드와 같은 나의 자수수집의 긴 여정 (35년의 자수수집인생… 관리자 2025-12-26 3717
공지 어머니, 열정, 미소, 사랑, 영원(복음신문 기고글) 관리자 2025-08-04 4701
공지 문화올림픽을 꽃피운 열정(전보삼, 강원도민일보 기고문, 2018) 관리자 2024-11-21 6026
공지 한국자수가 가야할 길 관리자 2024-05-06 7431
공지 자수보자기의 한 땀속에 담긴 미학(자수보자기 전시회 도록 발… 관리자 2023-11-26 8981
공지 어머니의 집 관리자 2023-03-09 12646
공지 명상과 치유의 예술공간 관리자 2022-12-26 13611
공지 마크 로스코 관리자 2022-12-25 13355
공지 실크스크린 체험 관리자 2022-10-28 13903
공지 어머니의 꿈 관리자 2022-10-16 14094
공지 강릉의 동양자수박물관은 존속해야 한다 관리자 2022-03-18 16876
공지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관리자 2022-02-10 16993
공지 문화재지킴이 관리자 2022-01-27 17185
공지 강릉수보자기의 기적 관리자 2022-01-02 17132
공지 강릉자수는 어디로? 관리자 2021-11-29 18083
공지 박물관존속에 대한 못다핀 글 관리자 2021-11-26 17776
220 지역한복문화의 발굴과 확산을 위한 제안(2021 한복문화센터 주… 관리자 2026-07-19 1273
219 가정의 달을 맞아 '어머니'를 기리며.. 관리자 2026-05-07 2055
218 어린 시절의 동화 관리자 2026-02-19 2872
217 실크로드와 같은 나의 자수수집의 긴 여정 (35년의 자수수집인생… 관리자 2025-12-26 3717
216 어머니, 열정, 미소, 사랑, 영원(복음신문 기고글) 관리자 2025-08-04 4701
215 문화올림픽을 꽃피운 열정(전보삼, 강원도민일보 기고문, 2018) 관리자 2024-11-21 6026
214 한국자수가 가야할 길 관리자 2024-05-06 7431
213 자수보자기의 한 땀속에 담긴 미학(자수보자기 전시회 도록 발… 관리자 2023-11-26 8981
212 어머니의 집 관리자 2023-03-09 12646
211 명상과 치유의 예술공간 관리자 2022-12-26 13611
210 마크 로스코 관리자 2022-12-25 13355
209 실크스크린 체험 관리자 2022-10-28 13903
208 어머니의 꿈 관리자 2022-10-16 14094
207 강릉의 동양자수박물관은 존속해야 한다 관리자 2022-03-18 16876
206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관리자 2022-02-10 16993
205 문화재지킴이 관리자 2022-01-27 17185
204 강릉수보자기의 기적 관리자 2022-01-02 17132
203 강릉자수는 어디로? 관리자 2021-11-29 18083
202 박물관존속에 대한 못다핀 글 관리자 2021-11-26 17776
201 강릉자수, 한복에 담다(전시회 축사) 관리자 2021-09-01 3722
200 소담한 침선소품 이야기(발간사) 관리자 2021-07-30 3860
199 행복이 가득한 버선본집 관리자 2021-04-25 4171
198 한국자수가 가야 할 길 관리자 2021-04-10 4261
197 전시실속의 버선본집 관리자 2021-04-06 4125
196 문화생태계(cultural Ecosystem) 관리자 2021-04-01 4237
195 길위의 인문학(동영상 전시유물해설) 관리자 2021-02-14 4329
194 문화유산과 문화재생 관리자 2021-02-13 4327
193 비대면시대 온라인콘텐츠가 답이다 관리자 2021-01-09 4497
192 아카이브 강릉:박물관 이야기(커피, 동양자수, 환희컵 박물관관… 관리자 2020-12-25 4795
191 버선본집속의 환기미술 관리자 2020-12-13 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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