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강릉자수박물관

[언중언]문화 강국(강원일보)

2020-12-03 09:07 + 크게보기

강원일보(http://www.kwnews.co.kr) 2020년 12월 3일 기사입니다.

[언중언]문화 강국

방탄소년단(BTS)의 한국어 신곡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에 또다시 올랐다. 케이팝(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가 이제는 음악을 넘어 영상, 게임, 방송, 패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참 반가운 일이다. 정부도 2021년 신한류 진흥정책으로 한류의 저변을 전 세계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류로 주목받는 우리의 문화가 통째로 사라질 뻔한 위기가 두 차례 있었다. 바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다. 한글의 제작 원리와 운용법 등을 설명한 한문 해설서인 훈민정음해례본은 간송본과 상주본만 존재한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훈민정음해례본을 구입한 때가 일제강점기가 암흑으로 치닫던 1940년이었다. 당시 집 한 채 값이 넘는 1만원에 사들인 간송은 이를 오동나무 상자에 넣어 식민지와 전쟁을 넘는다. 올 5월 그런 간송의 보물 일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경매에 나왔다는 소식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그 보물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안착됐다. 나라가 지키지 못했던 문화재를 그 가치를 알고 있던 수집자가 지켜냈다. ▼강릉 동양자수박물관도 연말이면 문을 닫게 된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때 강릉의 대표적인 문화로 소개됐던 강릉자수보자기, 강릉색실누비도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6·25전쟁을 겪으면서 흩어지고 사라졌다. 먹고살기 바쁜 민초들에게 400여년 전 강릉의 여인들이 자식의 행복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며 한 땀 한 땀 수놓은 일을 기억하는 것은 어쩌면 사치였을 것이다. 어느 지방에서 유래했는지 알지도 못했던 그 이름을 찾아준 이들이 자수 수집자였던 고(故) 허동화 한국자수박물관장이고, 안영갑 동양자수박물관장이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백범 김구/나의 소원 중에서' 강릉시청으로 가는 강릉대로 솔향글판에 쓰여 있는 글이다. 문화도시로 향하는 강릉시가 강릉문화의 상징인 강릉 자수박물관 하나 지키지 못한다면 너무나 부끄러울 것 같다.

조상원부장·sa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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