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수(宮繡)

궁수는 궁에서 제작된 자수를 말한다. 고구려 시대에는 宮人들이 公事로 모일 때 수놓은 비단옷을 입었다는 기록이 있고 백제에서도 古爾王(274-286)때 朝會를 거행할 때 수놓은 모자를 썼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宮繡는 고대국가 시대로부터 이미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사치가 극성했던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는 자수장식이 사치품목 중의 하나가 되어 上流社會의 특수계층만 사용 하도록 하는 복식금제, 사치금제령이 여러 번 국법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므로 그 시대에 宮繡의 제작이 얼마나 번성했던가를 짐작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현재 전해져 내려오는 궁수는 모두 조선시대의 것이다. 그것도 중기 이후부터 말기 사이에 제작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조선시대에는 궁중안에 자수를 전문으로 제작했던 繡房이 있었다. 수방에서는 正五品의 관직을 가진 繡房 尙宮의 지도 아래, 7-8세가 된 良家의 딸 중에서 선별하여 처음에는 골무같은 소품을 수놓게 했고 그들이 숙련공이 되면 九章服, 곤룡포의 補, 胸背, 翟衣, 활옷 또는 원삼 등의 王室服飾에 수를 놓게 했다.궁수의 특징에 대해서는 실의 꼬임이라든가 기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한 마디로 기법이 매우 情致하고 문양은 정제되고 세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의 품격을 좌우하는 밑그림이 궁중의 畵員이나 전문적인 繡房 內人에 의해 그려졌으며 繡尙宮의 감독 하에 자수가 제작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민가에서는 흔히 쓸 수 없는 金絲와 銀絲의 사용이 두드러진 것도 그 특징 중의 하나인데 그로 인해 징금수법이 많이 보인다. 또한 감상을 위한 刺繡인 병풍은 특히 궁수 병풍에서 그 회화성이 매우 뛰어나며, 높은 宮室의 천장에 맞춰 제작되어서인지 일반적으로 민수 병풍보다 훨씬 길이가 길다.

민수(民繡)

민수는 宮室에서 제작한 수와 구별하여 일반 민가에서 놓은 수를 말한다. 우리나라 자수의 기원은 부여족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그들은 외출시에 錦繡로 된 옷을 입었다고 한다(『三國志』卷 13). 또한 고구려 시대에는 제천의식 때 백성들이 모두 금수로 된 의복을 입었으며(『三國志』卷 13), 신라 炤知王 때에는 백성이 그 딸을 錦繡色絹으로 치장했다는 기록이 있다(『三國志』卷 22). 자수를 귀족계층의 전유물로 명하는 내용의 禁制法이 여러 차례 시행되었음을 볼 때 통일신라나 고려시대에는 민수의 제작이 매우 활발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규제범위가 장신구 및 발과 병풍으로부터 말안장까지 다양했던 것으로 보아 그 당시에 이미 자수의 사용이 광범위했음을 알 수 있다.(『太祖實錄』卷 15)
조선시대에는 자수제작이 더욱 일상화되어 여인들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자수가 놓여있음을 볼 수가 있다. 현재 보존된 자수품은 대부분 조선조 중기 이후의 것으로 조선시대에는 자수가 여인들의 덕목 가운데 하나였다. 자수는 유교의 엄격한 규제 아래 있었던 조선시대 여인들의 예술적 심성을 표현하고 발산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들은 남편과 자녀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긴 각종 문양들을 주머니, 노리개, 수저집, 보자기, 베갯모, 열쇠패, 안경집, 인두판, 골무, 아기굴레, 옷고름 등에 수놓았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민수로는 평안도의 안주수와 전라도의 순창수를 드는데 이 수들은 상품화된 수였고 지방마다 자수의 특색이 있었다. 평안도와 개성같은 북쪽 지방의 수는 장식성이 매우 강하며 문양과 색상도 매우 현란하다. 그 중 청나라에 수출되거나 조정에 바쳐졌다는 안주수 병풍은 남자 자수장들에 의해 제작되어 실의 꼬임이 또렷하고 굵으며 마치 시원한 필치처럼 호방하고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강원도 강릉 수 또한 어느 지방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기하학적인 문양과 색감을 갖고 있는데 이는 무속신앙과 관련된 五方思想의 영향인 듯 보인다. 또한 타지방 자수 보자기의 바탕천이 紗나 絹인데 반해 강원도 자수 보자기는 바탕천이 무명이라는 특징도 있다.
순창수는 베갯모로 대표될 수 있는데 상품화되어 대량생산되면서 수법과 문양이 단순화되어 소박한 민수의 일면을 보이고 있다. 그 외에 고창지방의 베갯모는 양쪽 면을 골을 지어 칸으로 나누고 칸마다 제각기 다른 문양으로 자수를 하여 골침이라 불리운다. 민수는 궁수와 같은 정제되고 세련된 맛은 없지만 오히려 더 한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소박함과 개성이 한껏 배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