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 유럽과 미국, 동아시아에서 자수는 여성 특히 하위 계층의 여성들에게 꼭 필요하고 적절한 기술로 널리 인식되었다. 수녀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 한 여성에게 바느질을 가르쳐야 하며 읽는 것은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는 이탈리아의 속담이 있다. 한편 한 영국인 작가이자 여행자인 메리 워틀리 몽타구 여사(1689-1762)는 “여자가 바늘을 사용할 줄 모른다는 것은 남자가 검을 사용할 줄 모른다는 것만큼이나 문제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부유한 집안의 딸들은 전문적인 자수교육을 받았으며, 자수견본작품은 그들의 자수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이러한 견본작품에는 장식적인 테두리 선장식과 글자 혹은 동물이나 꽃, 집과 같은 문양이 들어가거나 일종의 시 구절이 들어가기도 하였다. 19세기에는 그림삽화가 인기를 끌었다. 견본작품은 여성이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거나 결혼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비싼 교육을 통해 얻어진 자수솜씨를 보여주기 위하여 집의 거실 벽에 걸어 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샘플러에는 교화적인 주제가 다양한 내용으로 표현되어 있다. 낭만주의적인 청춘의 예찬, 애국심 고취와 깊은 가족애 등이 담겨져 있다.샘플러의 주인공인 10대의 꿈 많은 소녀들의 이름과 나이가 새겨져 있고, 작품의 배경인 시대와 장소가 그려져 있어, 추억의 개인사를 한편의 화폭으로 보는 것 같다.